자기 자신이 다치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고, 상처를 입어도 고통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끼거나 ‘내가 병에 걸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자해를 반복하거나 상처에 둔감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단순한 성격이나 습관의 문제가 아닌 정신 건강의 한 증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런 감정과 행동이 왜 생기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자기 고통에 둔감해지는 이유와 그 심리적 배경
자기 몸에 상처를 입혀도 고통을 거의 느끼지 못하거나, 상처를 치료하려는 생각보다 오히려 그 상태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조작하려는 충동이 앞설 때는 단순한 통증 감각의 문제가 아닌 뇌와 마음의 반응 방식에서 비롯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종종 ‘해리’나 ‘감정 둔마’로 설명되며,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혹은 강박증과도 연관될 수 있습니다.
해리 현상: 감각이 분리되고 차단되는 심리적 반응
해리는 외부나 내부의 감정 자극이 너무 강해 감당하기 어려울 때, 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감각이나 감정을 ‘차단’하는 현상입니다. 정신적 충격이 반복되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감정과 신체 감각을 분리시키게 됩니다. 이로 인해 자신이 다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프다는 감각이 무뎌지고, 오히려 그 상처 자체에 대해 냉정하게 반응하거나 무덤덤해질 수 있습니다.
해리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경우, 평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여도 극도의 불안, 우울, 분노 상태에서 예측 불가능한 반응을 보일 수 있어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감정 둔마: 우울증에서 자주 나타나는 무감각 상태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자신이 ‘감정이 없어졌다’거나 ‘기계처럼 살아간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는 감정 둔마로 불리는 현상으로, 감정 뿐만 아니라 신체 감각, 심지어 고통에 대한 반응까지 모두 무뎌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타인이 다치는 모습을 보면 매우 불편하고 공감이 가지만, 정작 자신에게 상처가 생겼을 때는 전혀 아프지 않다고 느끼는 역설적인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감정 둔마는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며, 뇌의 화학적 불균형과 감정 처리 기능 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신호입니다. 따라서 본인이 이러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면 치료의 방향을 다시 점검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강박적 통제 욕구와 자해 행동의 반복
피부 속에 이물질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칼이나 압정으로 스스로의 피부를 찢거나, 상처를 반복해서 확인하고 조작하고 싶은 충동은 강박적인 통제 욕구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상처가 거슬려서가 아니라, 그 이물질이나 감각을 없애야만 마음이 진정되는 ‘심리적 결박 상태’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이런 행동은 신체이형장애나 강박장애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며, 감각보다 ‘이 상태를 내가 어떻게든 바꿔야겠다’는 강한 심리적 압박이 우선시됩니다. 본인의 고통은 이 과정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게 느껴지며, 심지어는 자신을 해치는 과정조차도 일종의 ‘정리 행위’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도 병일까요? 스스로를 탓하지 마세요
자신에게 고통이 잘 느껴지지 않는 상태, 자해 충동이 반복되는 상태는 결코 흔한 것이 아니며, 그 자체로 정신과적 평가와 치료가 필요한 ‘증상’입니다. 이러한 상태를 병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것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본인에게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이상한 성격’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이런 행동에 대해 ‘내가 너무 이상한 건가?’, ‘이 정도면 중이병 아냐?’라고 스스로를 몰아붙이곤 합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것은 단순한 성격적 특이성이나 일시적인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스트레스 처리 시스템과 감정 조절 능력의 변화로 인한 신경학적 반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말해, 혼자서 이겨내려고 애쓰거나 억지로 참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상태는 충분히 치료가 가능합니다
현재 경험하고 계신 감정의 둔화, 고통에 대한 무감각, 반복적인 자해 충동 등은 정신과적 치료와 상담을 통해 충분히 완화되거나 회복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미 우울증 진단을 받으셨다면, 치료 과정 중 추가적인 평가를 통해 해리 증상이나 강박 성향이 함께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기존 주치의 외에도 심리상담 전문가나 정신과 다른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치료 방법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결코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당신의 몸과 마음은 소중하며, 치료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와 비슷한 상태를 겪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으며, 그들 역시 점차 자신의 감정을 회복하고, 자해 충동 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지금처럼 용기 내어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마음이 계속 힘들거나 자해 충동이 반복된다면,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입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고,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받아야만 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또 이야기해주세요. 더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함께 고민해드리겠습니다.
[…] 자신의 고통에 둔감한 사람들, 이것도 병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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