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통증을 덜 느끼거나 아파도 크게 표현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면, ‘혹시 내가 이상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조금만 아파도 크게 반응하는데, 나는 2도 화상을 입어도 울지 않고, 급성충수염에 복막염까지 갔는데도 큰 통증을 못 느끼고, 인대 파열 후에도 마약성 진통제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의사조차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단순히 ‘참을성이 강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실제로 이런 특성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정상 범주 안에 속하는 것인지, 혹은 신경학적 혹은 심리적인 요인이 있는 것인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고통에 무딘 건 단순한 ‘참을성’일까? 아니면 신체적·심리적 요인일까?
고통에 대한 인식과 반응은 단순히 개인차라고 치부하기에는 많은 요인이 작용하는 복합적인 현상입니다. 사람마다 통증을 느끼는 기준도 다르고, 그 통증을 뇌에서 처리하고 반응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통증 자극이 주어졌을 때 감각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며, 여기에 심리적 요소와 학습된 행동까지 포함됩니다.
감각 처리 민감도의 개인차
사람은 각기 다른 민감도를 가지고 태어나며, 신경계가 자극을 처리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존재합니다. 누군가는 같은 자극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거의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둔감하게 받아들이죠. 이런 차이는 단순히 ‘신경이 예민하다’거나 ‘둔하다’는 말로 설명되기보다는, 감각 처리 시스템이 어느 정도로 세밀하게 작동하는지에 따라 구분됩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2도 화상을 입고도 통증을 표현하지 않았다는 것은 감각 자체를 적게 느낀 것일 수도 있지만, 뇌에서 통증 자극을 ‘이건 견딜 수 있어’라는 수준으로 인식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뇌의 통증 조절 능력이나 통증 억제 회로가 일반보다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떤 자극은 감각적으로는 분명히 느끼지만, 뇌에서 그 자극을 중요하게 인식하지 않으면 ‘덜 아프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죠.
통증에 대한 기준선이 높아진 경우
자신의 기준선이 매우 높고, 작은 자극이나 불편함은 ‘이 정도는 아픔도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 뇌는 실제로 그 기준에 맞춰 자극을 처리하게 됩니다. 즉, 고통의 물리적인 세기가 줄어들지 않았더라도, 심리적으로 ‘통증’으로 인식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준선은 평소 성격이나 삶의 태도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항상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웬만한 일에는 만족하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통증에 대한 기준도 그에 맞춰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는 일종의 ‘통증 내성’처럼 작용하게 되며, 본인이 느끼는 아픔의 정도는 일반적인 통계 기준보다 낮게 평가되기 마련입니다.
감정 표현 방식의 차이
통증을 겪었을 때 눈물을 흘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반응은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누구나 그런 방식으로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감정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도록 학습된 경우도 있고, 표현을 억제하는 것이 익숙해져 몸에 배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감정 표현이 억제된 환경에서 자라났다면, 뇌는 자연스럽게 통증에 대한 반응도 ‘억제하는 것’을 기본값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억제 반응은 긍정적으로 보자면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만, 반대로 보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급성 충수염이 복막염으로 악화되었던 사례는, 고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죠.
고통에 무딘 것이 병적인가요?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지금까지의 경험만으로는 이것이 병적 상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는 정상 범주 안에서의 개인차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와 같은 특성이 본인의 건강 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한 번쯤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자기 인식의 중요성
고통을 잘 참고, 감각이 무디고,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성향은 일상생활에서는 매우 유리할 수 있지만, 병원 진료나 건강 관리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통증은 우리 몸의 ‘경고 시스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정도는 아픈 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습관이 되어 병을 키우거나 치료를 지연시키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개인차’로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감각 처리에 대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유익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검사나 상담이 도움이 될 수 있는 경우
평소 자신도 모르게 통증을 자주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병을 키우거나 치료 시기를 놓친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면, 감각 처리 민감도 검사(Sensory Profile)나 통증 감각 역치 검사 등을 통해 본인의 반응 패턴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검사는 자신이 어떤 유형의 감각 처리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며, 본인의 건강을 좀 더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감각이 둔감한 사람일수록 조기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욱 세심한 자기 관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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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에 잘 참는 나, 이게 정상일까? 감각 무딤과 통증 인식의 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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